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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9-10 11:39
[사설]김정은의 5차 북핵 실험, 국가 비상사태다
 writer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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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정은의 5차 북핵 실험, 국가 비상사태다

 

동아일보

입력 2016-09-10 00:00:00 수정 2016-09-10 00:00:00

북한이 어제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은 어제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핵실험의 위력은 역대 최대인 10kt으로 히로시마 원폭(15kt) 수준에 육박한다. 북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핵미사일로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일이 눈앞의 현실로 닥친 것이다.

북핵 실험이 벌어진 어제 오전 9시 반 국군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외교차 라오스에 있었다. 대통령 직무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세종시에 있었다. 박 대통령의 원격 지시로 황 총리가 헬기를 타고 상경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것이 오전 11시다. 북이 만일 핵무기로 선제공격했더라면 90분간 군의 최고통수권자가 정위치에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국방부와 합참 초기대응반이 핵실험 20분 뒤인 오전 9 50분 소집됐다지만 실제 상황이었다면 대한민국의 주요 시설이 이미 초토화되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난 뒤였을 것이다. 군은 실험 징후도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다. 북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노동미사일로 핵 공격을 하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괌의 미군기지까지 버섯구름 아래 잿더미가 될 수도 있다.

북은 올 1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비웃으며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이 3월 공개한 지름 5070cm, 무게 2t 정도의 핵탄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엔 어렵지만 노동미사일엔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실험 주기가 과거 3년에서 8개월로 바짝 줄어든 것도 가공(可恐)할 속도의 기술 진보 때문이다. 이런 점까지 정확히 꿰뚫고 대비해야 할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의 핵탄두 소형화가 당초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빨리 진행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탄할 노릇이다. 지금까지 북이 핵탄두 소형화 수준엔 이르지 못한다거나 실전 배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폄하했던 정부는 과연 북의 핵능력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김정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으로 우리를 칠 능력을 확보했지만 우리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유사시 선제타격 시스템인 킬체인이 구축되는 2023년경까지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다. 동맹인 미국이 전략무기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방도가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8일 북의 핵 포기를 촉구한 ‘비확산 성명’이 처음 채택된 것을 대단한 성과라고 자랑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김정은은 머잖아 핵 능력 완성을 선포하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자처하며 미국에 핵 군축협상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명운을 거는 각오로 특단의 조치를 결단해야 한다. 허장성세의 대북 경고나 구멍이 숭숭 뚫린 유엔 안보리 제재로는 김정은의 핵개발에 제동을 걸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긴급 소집된 안보리에서 중국이 더는 북을 봐 주는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전면적인 대북제재를 해야 한다.

그래도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겨냥한 비상한 조치 또한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레짐 체인지가 대안으로 얘기될 수 있지만 정부 정책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지만 그런 것을 따질 단계는 지났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비롯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입각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했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나 우리가 독자적 핵무장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선 한미동맹 강화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소모적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핵잠수함 도입, 이지스함에 배치할 SM-3 고고도 요격 미사일 도입 등 국방력 강화에도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북의 도발 움직임을 선제 타격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박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급거 귀국해 어제 저녁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소집하고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 불능”이라고 일갈했다. 이제 박 대통령은 북핵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 국론을 결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군은 어제 “북이 핵무기로 위해를 가할 경우 북의 전쟁지도부를 포함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 보복할 것”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럴 태세를 갖춘 것인지 불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정치권과 우리 사회 일각의 안보 불감증도 여전하다. 대통령 언급대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